Archive for July 12th, 2007|Daily archive page

Calmi’s Blog 1st Yr Wrap-up

여기 WordPress 에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사람을 알아가는 데는, 그 사람의 겉모습이나 이름, 이력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 취향, 의견을 아는 것이라는 게 제 믿음인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마 지난 1년의 저 개인은 이 블로그가 제일 많이 알고 있네요.

지난 1년간 살펴보니 294개의 포스팅을 했으니 약 1.23일에 하나씩 썼습니다. (최근 2-3개월만 살펴보면 일이 바쁘다는핑게로 거의 3일에 하나 정도밖에 못쓴 것 같아 심한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만. ;-) )

가능한 한 real identity 를 연결시키고 싶지 않아서 (뭐 그렇다고 해서 이름밝힌 들 누가 알만한 사람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왠만하면 추적(?) 가능한 이야기는 잘 안쓰죠. 그런데도 제가 알던 어떤 분은 그냥 글만 읽어도 누군지 알겠더라는 실망스런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그럼에도, 제가 ‘누구입니다’ 이런 것을 밝히지 않고 글을 쓰려고 하는 이유는, 인터넷의 힘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접했을 때, 제가 가슴이 뛰었던 이유가 그랬거든요;
겉모습이 어떻든, 나이가 몇살이든, 성별이 무엇이든, 결혼을 했든 안했든, 학벌이 뭐가 됬든,
한사람의 한마디는 다른 사람의 한마디와 똑같은 시작에서 출발한다는 것

이게 진짜 Democracy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인간이란 재미있게도, 대상을 모를 때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의견도,
‘아 그 사람 거기 출신이었어? 아 그 학교 사람이야? 그 회사 사람이야? 그 사람의 친구야? 그 사람 남편이야/부인이야? 그 사람 동생/형이야?’
이렇게 딱지가 붙여지고 나면 모든 것을 짜맞추어 보게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가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 생각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와서 볼 것이고, 혹시나 도움이 되는 글을 검색에서라도 찾아 온 사람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다행이다’ 는 생각으로 쓰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행위는 자기가 스스로 즐거워하지 않는 다면 이렇게 오래 가겠나요. 결국 좋아하는 음악 듣다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다가, 신문기사 읽다가 같이 의견을 나눌 누군가가 세상에 있지 싶은, 불분명하지만 애매한 기대가 제게도 있는 것이겠지요. 때로는 한편으로 많이 치우친 의견을 피력할 지라도 저는 논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반대하는 의견이 듣고 싶어 더 강하게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1년을 정리하자면 이 블로그의 주인은,

The Decemberists, Death Cab for Cutie, Sigur Rós, Mylo 같은 음악을 좋아하고,

Grindhouse, The Lives of Others, Pan’s Labyrinth, Borat, Little Miss Sunshine 같은 영화에 미치며,

종교를 가진 사람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거부하는 Atheist 에,

문화적 획일성너무나 싫어하는,

그러면서도 획일적 문화의 최첨단인 TV 시리즈들을 너무나 중독적으로 봐야하는,

앞뒤 안맞는 helpless idealist 입니다.

결국 인간이라는 것이 한면으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게, 저같이 단순한 사람의 1년만 뒤져봐도 나오는 군요.